일요일, 5월 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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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법무관들 황제복무 논란.. 대체 어떻길래? “군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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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한 법무관이 7개월 동안 19일밖에 제대로 출근하지 않고 무단 결근하거나, 지각, 허위 출장 등을 일삼아온 사실이 최근 법원 판결로 알려졌다. 대전지방법원은 2018년 8월부터 공군 비행단 법무실에서 군 검사로 일했던 A씨에 대한 공군의 해임을 취소하라고 지난 1일 판결했다.

/김성규 기자

대전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배치 다음 날부터 나흘 연속으로 결근하는 등 총 8일 동안 마음대로 출근하지 않았다. 부대 주요 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군복이 아닌 운동복을 입고 근무하기도 했다. 참다 못한 공군은 2019년 7월 A씨를 해임했다. 공군에서 법무관이 해임된 최초 사례였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 해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일단 A씨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A씨의 근무 태만 등은 사실로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해임 과정에서 공군의 재량권 남용이 일부 있었고, 해임 후 3년간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했다.

◇“법무 대위, 대령에게도 경례 안해”

하지만 군 안팎에선 이번 사례가 단지 A씨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A씨가 속해 있던 법무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기강이 해이했던 사정도 A씨의 비위 행위가 장기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법무관들은 자신을 ‘특권 계층’으로 인식한다”며 “일반 장병들에게 적용되는 군율(軍律) 따윈 깡그리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법무관들은 계급이 대위만 돼도 대령에게도 거수 경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누리는 특권도 일반 장교들보다 크다. 본봉 35%가량이 수당으로 지급, 로스쿨을 졸업한 대위 법무관 1호봉이 5000만원 안팎이다. 일반 장교가 22년가량 근무해야 진급할 수 있는 대령 계급도 법무관들은 15년이면 달 수 있다.

실제 법무관들의 비위는 수십 년 묵은 병폐에 가깝지만 쉽사리 근절되고 있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수년 간 유사한 일탈이 반복되는데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엔 전역 후 대형 로펌에 취업하려고 군사 기밀을 유출한 공군 법무관이 파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법무관은 2018년 직무 상 비밀이 포함된 ‘국방 분야 사업계획서’ 등을 작성, 수 차례 한 로펌 변호사들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고도·중고도 무인정찰기 대대 창설과 관련한 수용시설 공사 사항, 공군·민간업체 간 전투기 유지 보수 관련 분쟁 최종 합의 금액, 훈련기 사고 배상에 대해 공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 등의 자료도 유출됐다. 그는 전역 후 이곳에 취업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으로 활동수당 떼먹은 법무관들

검찰수사활동수당을 수년 간 떼먹은 공군 법무관 등이 집단으로 국방부 감사관실에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 감사관실은 공군본부 소속 법무관 등 23명이 월 22만원 검찰수사활동수당을 부당 수령한다는 제보를 받고 감사에 착수했다. 법무관뿐 아니라 군무원 등 직원들 역시 업무 수행 없이 검찰수사활동비를 받아왔다고 윤 의원은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국방부 기금운용지침에는 수당관련 업무의 실제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검찰수사활동비 등 수당을 지급할 수 없게 돼 있다. 국방부 훈령엔 200만원 이상 횡령이 발생하면 고발 조치를 하게 돼 있다. 하지만 당시 국방부는 “공군본부 검찰수사활동비 지급 기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만 하고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과 중 등산에…PC방까지

근무 태도 불량 역시 법무관 사회에 만연한 관행이나 다름 없었다. 지난해 5월엔 공군 법무관들이 출퇴근 시간을 상습적으로 어기거나 근무 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등 무단이탈 사실이 드러나 국방부 감찰을 받았다. 일부 법무관은 2년간(2018~2019년) 200회 넘게 출·퇴근 규정을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과 시간 중 등산을 하거나 PC방을 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들에 대해서도 군 당국은 형식적인 경고 외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법무관들은 군인 기초 소양인 사격 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지난해 9월 각 군으로부터 제출 받은 ‘군 법무관 사격 훈련’ 자료에 따르면, 군사법원소속 육·해·공군 법무관들은 지난 5년간 단 한 차례 사격 훈련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오산 공군기지 군사법원 재판부 실무자들은 총기·탄약 관리 등 탄약 실무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법원마저 군 법무관 군기 문란 지적

법무관들의 군기 문란이 이처럼 수 년 전부터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군 당국의 조치는 형식적인 차원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공군 법무관 A씨의 해임 취소 소송에서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법무관과 군의관을 대상으로 2019년 10월 이뤄진 국방부 전수조사를 통해 출·퇴근 시간을 상당한 정도로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군법무관에 대해서도 징계 없이 단순 경고 처분에 그친 사례가 존재한다”며 “A씨에 대해서만 곧바로 해임 처분을 하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고 했다.

재판부의 결론은 결국 A씨가 잘했다는 취지가 아니었다는 것이 법조계 지적이다. 한 변호사는 “똑같이 오물 묻은 개가 열 마리가 있는데 왜 한 마리만 패느냐, 그건 잘못됐다는 취지의 판결문”이라고 했다.

◇정치권 “군사법원 폐지하고 군 검찰단도 축소해야”

군 관계자는 “법무관들의 군기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또 그간 국방부와 공군 차원의 징계 등 실효적 조치가 얼마나 없었는지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국방부 장관과 공군 총장 차원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당 부정 수급, 사격 미실시 등과 관련한 조직 감사와 책임자·관련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관들이 징계권을 독점하고 서로 봐주기를 하는 군 사법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고, 전시 등에만 한정된 보통 군사법원을 만들어야 한다”며 “군 검찰 관할을 순정 군사범죄로 제한하고, 5~6곳 광역검찰단, 국방부 고등검찰단 1개만 설치해야 한다”고 했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도 최근 고등군사법원 폐지 등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학력·경제 수준이 높은 장병이 주로 근무하는 공군 특유의 문화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공군 출신 한 대기업 회사원은 “법무관을 현역 군인이 아니라 ‘법조인’ ‘영감님’으로 대접하는 문화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공군 전반에 구시대적 특권 의식이 만연해 있다”고 했다.